“그냥 나가라, 둘 다.”
미츠루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애써 억누르며 말했다. 그러나 시가라키와 다비는 나갈 생각이 전혀 없다는 얼굴로 대꾸했다.
“내가 왜?”
“싫은데~.”
두 남자의 대꾸에 미츠루는 어이가 없었다.
“거기 둘, 너희 주인이 누구지?”
“그야 주인님 이지~.”
“너.”
미츠루는 시가라키의 반말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니 그건 넘어가기로 했다. 다비 쪽도 어딘가 삐딱한 존댓말이었으나 그녀는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어차피 두 사람은 말을 해봤자 들을 녀석들도 아니었다.
“알면 나가. 주인 명령에 불복종하는 집사들이 어딨어?!”
“여기?”
다비가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대답했다.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기까지 해서 그녀는 뒷골이 당기는 기분이었다. 뒤이어 대답한 시가라키의 대답에 미츠루는 테이블을 엎어 버릴까, 하고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숨을 크게 내쉬며 그만두기로 했다. 그런다고 나갈 사람들이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후우우……. 그래, 여기 있었지. 난 진짜 왜 내가 너희가 안 잘리고 아직도 남아있는 지 잘 모르겠는데….”
미츠루가 말을 하고 있는데도 시가라키와 다비는 그녀의 말을 잘라먹고 입을 열었다. 정말이지 주인에 대한 예의라고는 없는 행동이었다.
“유능하니깐.”
“뭐, 일단 유능하니까?.”
“유능하긴 개뿔. 유능한 것들이 주인 말을 잘라먹고 그러냐, 엉?”
미츠루는 자꾸만 끓어오르는 속에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니까, 주인님, 저 놈만 내보내면 해결될 일이라고 몇 번을 얘기해~.”
“웃기고 있네. 나가야 될 건 너겠지, 시가라키.”
미츠루가 스트레스를 받는 주 원인이었던 두 남자의 기싸움이 다시금 시작되자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릴 적부터 같이 지내온 시가라키는 미츠루가 성인이 된 후에 들어온 다비를 대놓고 싫어했다. 그가 다비를 싫어하는 이유는 미츠루에게 노골적으로 들이대기 때문이었다. 그녀도 다비가 왜 그러는 진 모르겠으나 어찌됐든 계속 들이대는 그가 불편해서 종종 시가라키에게 도망가곤 했는데, 이게 또 다비의 스위치를 눌렀는 지 시가라키에게 별 대응을 안 하던 그가 시가라키에게 시비를 걸어 대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덕분에 미츠루는 서로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두 남자의 곁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그냥 나가라고, 좀.”
“그렇지? 이 녀석을 내보내야 우리 주인님이랑 이런 짓 저런 짓도 하고 말야~.”
“이 새끼가…!”
시가라키가 다비의 목에 손을 갖다 대며 당장이라도 한 판 붙을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었다. 다비의 목에는 아직 네 개의 손가락만 닿아 있었지만 여기서 다비가 무어라고 한 마디만 더하면 나머지 손가락을 대서 그를 가루로 만들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다비가 가만히 찌그러질 성격이 아니었다. 다비 역시 시가라키의 목을 잡고 푸른 불꽃을 내뿜기 직전이었다.
“누가 더 빠른 지 해볼까? 이긴 쪽이 주인님을 갖는 걸로, 콜?”
“좋아. 어디 해보자고. 망할 놈아.”
다비의 도발에 시가라키는 기다렸다는 듯 이를 빠득빠득 갈며 대답했다. 미츠루는 멋대로 자신을 걸고 싸우려는 모습에 황당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 이러다 제대로 큰 사단이 나겠다 싶어서 다급하게 두 남자를 불렀다.
“토무라! 다비!”
“주인님, 지금은 좀…!?”
“시끄…!?”
미츠루의 부르는 소리에 그녀 쪽을 바라보았던 둘은 그녀 쪽을 본 채로 그대로 굳어 버렸다. 미츠루의 두 눈과 마주쳐 그녀의 개성이 발동한 탓이었다.
“진짜, 내가 매번 이렇게 말려야겠냐?”
미츠루는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 두 사람은 마비가 돼서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그들이 조용한 김에 그녀는 다른 사용인들을 불러 그 두 사람을 끌고 나가게 했다.
“내가 두통으로 쓰러져 뒤져도 개성 해제는 안 해줄란다. 아주 어디 그대로들 있어 봐. 그러고 있는 김에 반성도 하면 좋고.”
그녀는 빨리 두 남자를 데리고 나가라며 사용인들에게 휘휘 손을 내저어 보였다. 그녀는 이러다 정말 스트레스로 제 명에 못 죽는 게 아닌가 싶은 걱정을 하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