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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압적인 관계 묘사가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

" 유메미~ "

딸랑, 
종소리는 발랄한 목소리와 함께 조용한 저택에 울려퍼진다. 상식적으론 종소리 따윈 들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메이드가 어디에 있든 그 아씨의 종은 메이드의 머리에 울려퍼진다. 분홍머리의 메이드는 뚜벅뚜벅 걸으며 아씨의 방을 연다. 아가씨는 머리를 잔뜩 풀어헤치고 얇은 잠옷만 걸치고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본 듯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메이드를 쳐다본다. 

" 유메미, 보고싶었어. "

아씨의 한 마디에 메이드의 표정은 굳어진다. 조용한 저택이 더욱 더 조용해지는 것만 같았다. 

" 아가씨, 저는 ... "

" 유메미. 내 이름 불러줘. 아가씨 말고. "

메이드는 한 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침대로 천천히 걸어 아씨의 앞에 서 그녀의 옷을 손수 입혀준다. 순순히 옷을 입은 아가씨는 메이드의 손을 잡는다. 하얗고 부드러운 손가락이 또 다른 하얀 손은 천천히 얽혀간다. 깔끔하게 정리된 손톱이 톡톡 살결을 두드리며 신호를 보내는 듯 했다. 결국 메이드는 잊고 싶던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 

" 모모쨩, "

그와 동시에 메이드의 손이 옷감을 꽈악 쥐었다. 고급진 옷감이 찢기는 소리가 났다. 아가씨는 어린 아이처럼 행복하다는 듯 꺄르르 웃고는 메이드의 품에 안겼다. 

지금 눈 앞에 웃는 저 아이는 자신의 오랜 소꿉친구이였던 사람, 죽음 앞의 자신을 구해준 구원자, 그리고 자신의 소유주였다. 유메미는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도 끔찍한 현실이라 무엇을 부정하는 건지도 모를 만큼 현실은 이제 현실이 아니었다. 그녀의 앞에는 끔찍하고 어딘가 엇나간 사랑만이 자리잡았을 뿐이다. 

[ 애증 ]
 
" 유메미. "

메이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을 앞으로 뻗었다. 침대위에 있던 아가씨는 그 손에 쪽쪽 소리가 나도록 입맞춤을 해댔다. 조용한 방에 외설적인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참다 못한 메이드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손을 빼낼려고 했지만 손을 빼낼려고 할 때마다 손아귀에 힘을 주어 손목을 붙잡았다. 곱게 자란 저 아가씨에게 이런 힘이 어째서 있는건지 메이드는 머리가 복잡했으며 손목은 점점 아파왔다. 계속 귓가에서 맴도는 아가씨의 음성이 짜증이 나기도 했다. 결국 과거로 다시 빠져들었다. 따스한 물에 몸을 담구듯 몸에 힘이 주욱 빠졌다. 

따스한 햇살이 창문 밖에서 머리로 따스히 쏟아진다. 친절한 메이드의 목소리가 자신을 깨우고, 밤색 마룻바닥에 한 발을 내 딛을 때마다 자신을 향한 인사가 쏟아지며 모두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창문밖으로 보이는 정원에는 봄엔 분홍색의 눈이 내리듯 커다란 벚꽃 나무에서 꽃잎이 떨어져 쌓였고, 여름엔 파란 하늘을 향해 쭉 몸을 내 뺀 해바라기가 서 있었고, 가을에는 저녁 노을 빛에 물든 단풍, 겨울에는 흰 눈이 소복히 쌓인 소나무가 든든히 그 자리를 지켰다. 따스히 자신을 돌봐주었던 어머니와 늘 자상한 아버지. 그리고 늘 당당하며 자신의 이름 한 글자 한 글자마저 사랑스럽던 그 날의 자신.

" ...메미, 유메미! "

익숙한 복숭아 냄새가 풍긴다. 늘 사탕이라도 오물거리는 것인지 달콤한 냄새가 끊이지 않던 그 아이. 

" 안녕, 나는 모모야. 미나미 모모. 모모쨩이라고 불러줘. "

나는 그 아이의 감정을 엿보고 싶었다. 그 이유는 몰랐다. 어린아이의 치기였을까,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엿보려고 했던 걸까. 어린 나는 남의 감정을 살필 이유도, 살필 능력도 없던 나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 눈동자에는 사람의 감정이 담겨있어. '

그 아이의 파란 눈동자에는 끝을 잴 수도 없는 어둠과 처음 보는 감정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감정은 어린 아이의 호기심을 간지럽히기에 안성 맞춤이었다. 소녀는 결국 그 선악과에 손을 대었다. 그 과실은 가정을 망가트리고, 명성을 죽였으며, 자신마저 어둠으로 밀어넣었다. 

" 아가씨, 제가 아가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 에덴에 있었겠죠. "

메이드는 공허한 눈으로 그 파란 눈을 바라보았다. 파란 눈에는 그 때와 다를 바 없는 어둠과 감정을 담고 있었다. 파란 보석이 휘어진다. 초승달의 호선을 그리며 휘어진 눈동자에서는 그 감정이 새어나온다. 

" 나 없이도 행복할 수 있어? "


메이드의 눈에서 감정이 새어나왔다. 파랗고 파란, 복숭아 향의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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