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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에고는 쥬디아가 주눅 들어 주변 눈치를 보는 꼴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몰락한 귀족가라고는 해도 귀족은 귀족이다. 그런데 이렇게 눈치를 보는 꼴이라니? 디에고는 돌아가면 좀 더 교육을 엄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쥬디아에게 말을 건넸다.

“아가씨, 좀 더 허리를 펴세요. 어깨도 같이 펴고, 턱은 안 쪽으로 당기세요. 그리고 주눅들지 마세요. 이런 사교 모임에 집사를 데리고 오는 꼴도 웃기지만 집사까지 데려와 놓고 주눅들어 있는 모습은 보기 안 좋습니다. 다들 우습게 볼 거라고요.”

“으, 응…. 미안해….”

 디에고의 말에 쥬디아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디에고는 그의 눈치까지 보는 쥬디아의 모습에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런 게 주인이라니, 내가 왜 이런 집으로 왔을까. 디에고는 마음 약한 귀족 아가씨가 가문의 유일한 자식이라길래 그 외동딸만 잘 구워 삶으면 가문을 꿀꺽할 수 있단 생각에 냉큼 가문에 들어왔던 과거의 자신을 원망했다. 그가 스스로를 더욱 원망스러워하는 점은 그가 스스로 마음 약한 귀족 아가씨라고 생각하며 우습게 여기던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외모는 예쁘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엄청 예쁘지는 않은 어중간한 외모였다. 머리색도 눈 색도 어두운 밤갈색이라는 흔해 빠진 색이었고. 그런데도 디에고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자타공인 미녀가 취향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런 마음도 약하고 하는 행동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이런 여자가 취향이었던 건가 싶어 기가 막혔다.

“쥬디아 아가씨.”

“응?”

 디에고가 부르자 쥬디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갈색 눈동자 안에 그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디에고는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언제나 자신만을 담았으면 좋겠다고 디에고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 잘만 구워삶으면 정말로 그녀와 결혼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귀족 작위쯤 이야 만들어내면 그만이지.

“한 곡 추러 가시죠. 여기까지 와서 춤도 안 추면 그동안 배운 게 쓸모 없으니까요.”

“아, 응.”

 쥬디아는 디에고가 내민 손을 잡고 그와 함께 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 그들을 한 걸음 두 걸음 스텝을 밟으며 움직였다. 쥬디아는 혹여나 실수해서 디에고의 발을 밟을까 노심초사했다.

“아가씨, 제 얼굴 보세요. 밟아도 괜찮으니까.”

“으응….”

 그러나 쥬디아는 디에고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자꾸 그의 시선을 피했다. 옆을 보기도 했다가 위를 보기도 했다가 하며 그녀의 눈동자는 산만하게 굴러다녔다. 디에고는 뭐라고 더 말을 하려다 괜히 더 주눅이 들까 봐 하려던 말을 꾹꾹 눌러 담았다. 어찌어찌 춤을 끝내고 답답하다는 쥬디아를 위해 발코니로 막 자리를 옮겼을 때였다. 남자 한 명이 다가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쥬디도 왔네?”

 죠니 죠스타였다. 유일하게 쥬디아가 편하게 말을 섞는 귀족이기도 했다. 디에고는 그녀가 편하게 대화하는 대상이 더 있다는 사실이 싫었다. 죠니도 쥬디아도 서로에게 그 어떤 이성적인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불쾌한 건 사라지지 않았다. 디에고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죠니와 쥬디아의 곁에 서 있었다. 쥬디아는 그런 디에고를 흘끗 쳐다보나 싶더니 죠니에게 말했다.

“음, 죠니…. 내가 잠깐 바람을 쐬러 나온 거라서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해도 괜찮을까?”

“오, 그래. 얘기는 나중에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

 죠니를 돌려보내는 쥬디아를 보면서 디에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저기, 디에고.”

“예, 아가씨.”

“죠니랑은 정말 아무 사이 아니니깐…….”

“알고 있습니다.”

“…응.”

 디에고는 얼굴에 티를 낸 것 같지는 않은데 쥬디아가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한 말을 하자 속으로 뜨끔했다.

“그, 있잖아, 디에고…. 집사… 랑 귀족은 결혼하기 힘들겠지……?”

 무슨 의도로 물어보는 거지. 디에고는 촉이 오는 느낌을 받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아예 못하는 건 아니겠…지? 아, 아예 못 하려나…….”

 쥬디아가 눈에 띄게 풀이 죽은 얼굴을 하자 디에고는 확신을 했다. 그녀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는 발코니에 있는 그들이 보이지 않게 커튼을 내리고는 그녀 쪽으로 몸을 숙였다.

“고백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갑자기 얼굴을 들이미는 디에고의 모습에 쥬디아는 당황하며 몸을 뒤로 뺐지만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오히려 얼굴이 빨개져 부끄러워하는 기색이었다. 쥬디아는 다가온 디에고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디에고는 오늘따라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쥬디아의 입에 제 입술을 포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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