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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는 열린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불빛에 걸음을 멈추었다. 아직도 안 자는 건가. 메리는 문을 열어 젖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안에는 잭이 옆에 램프를 켜 두고 책을 읽는 것이 보였다. 아니, 그는 글을 읽을 줄 모르니 그냥 보고 있다고 말하는 게 나은가. 어쨌건 메리는 책을 펼쳐 둔 채,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고 있는 잭에게 다가갔다.

“뭐해요?”

 잭은 옆에 다가온 메리를 슥 쳐다보더니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림은 없는 글만 가득한 책이었다.

“글 못 읽으면서~.”

“흥.”

 메리의 말에 잭은 빈정이 상했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 메리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킥킥거렸다.

“글 알려줘요?”

“됐거든.”

 메리는 됐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론 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감정이 얼굴에 다 드러난 잭의 얼굴을 보면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저택에 그녀가 메이드로 와서 일한 지도 6년이 지났다. 17살의 메리가 처음 이 저택으로 와서 만난 그는 무척 주눅이 들어있는 13살짜리 남자애였다. 상반신이 화상으로 뒤덮여 있어 어디에 내놓지도 못하는 애물단지 같은 도련님은 늘 저택에서만 지냈다. 어차피 어디 내놓지도 않을 자식이라서 그런 지 그는 귀족가 라면 으레 받는 고급 교육들을 단 하나도 받지 못했다. 그는 다른 형제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다른 형제들이 그를 배척하기 때문이었다. 메리를 제외한 저택의 사용인들 또한 그를 우습게 여겼다.

 그러던 중 사건이 하나 터졌는데, 잭의 부모가 잭을 제외하고 다른 형제들을 데리고 가족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그들이 단체로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사건이었다. 재수없게도 도적들을 만나 가진 것도 빼앗기고 목숨도 빼앗기는 바람에 잭은 가문의 어린 주인이 되었다.

 주인이 되긴 했으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는 사용인들이 그의 재산을 야금야금 빼돌리는 것도 알지 못했다. 저택이 조금씩 휑 해진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메리는 그 꼴이 영 못마땅했다. 당시 잭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있던 그녀는 직접 나서기로 했다.

 재산을 빼돌리는 사용인들을 하나 둘 잡아 족치며 메리는 가문의 재산을 회수했다. 이미 재산을 써 버려 돌려받을 수 없는 자들은 노예시장으로 팔아버려 돈을 얻어냈다. 그렇게 다시 가문은 재산을 되찾아 예전의 호화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그랬더니 이번엔 가까운 친척부터 먼 친척까지 찾아와 잭의 재산을 빼내려 했다.

 메리는 저택에 우글우글 모여든 그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저녁을 대접했다. 맹독이 담긴 음식들이었다. 잭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그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메리가 그냥 저들이 아파서 저러는 것이라고 하자 그렇구나 하고 납득했다. 메리는 그들의 시체를 잭과 함께 전부 파묻었다. 친척들이 더 찾아오거나 사라진 제 가족들을 어떻게 했냐며 따지러 오는 이들도 모두 똑 같은 방식으로 처리해서 더 이상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게 되자 저택은 무척 조용해졌다. 이 행각을 알고 있는 사용인들도 묻어 버려 넓은 저택에 사용인은 겨우 메리 하나뿐이었다.

 회상을 마친 메리는 엷게 미소를 띄웠다.

“글 알려준대도요?”

“됐다고.”

“아님, 글 말고 다른 거 알려줄까요? 내가 저번에 알려줬던…….”

 메리는 말을 하면서 잭의 얼굴을 손으로 쓸어 내렸다. 그는 메리의 손길에 얼굴을 붉히며 몸을 뒤로 확 뺐다.

“시, 시끄러! 너 또, 또 나한테 이상한 거 알려주려고…!”

“응? 난 이상한 거 알려준 적 없는데요.”

 메리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잭에게 다가갔다. 잭은 으아아아 하는 비명을 지르며 그녀에게 잡히지 않으려 도망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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